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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 결국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ZEIl 2020. 3. 13. 16:55

영화나 드라마, 혹 문학에서 결혼은 사랑의 완성 혹은 사랑의 결실로 끝을 맺는다. 그것은 각자에게 새로운 전기임에도 '그렇게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무책임한 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말은 결코 통용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치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는 비극임을 알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 우매한 인간으로서 자각하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오해인지, 이해인지 모를 서로 간의 간극을 확인한 한 부부가 이혼한다.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부부는 결국 현실로 점철된 결혼 생활에 지쳐가고,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다음 날 부부는 풍운을 꿈을 안았던 1999년, 봄으로 돌아간다. 그 이름만 불러봐도 설레는 스무 살로 돌아간 것이다.

 

마진주(장나라 분)와 최반도(손호준)은 과거에서 현재의 삶을 새로 건설한다. 서로가 없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단 한가지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진심이자 걱정은 자신들이 결혼의 결실인 아이의 실존 유무다. 그래서 그들은 웃고, 때론 울면서 처해진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고백 혹은 Go Back. 전진해야 할지 후진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부'는 서로 가지 않았던 길들을 모색한다. 최반도는 첫사랑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짝사랑이었던 민서영과의 연애를 시작하고, 마진주는 자신을 좋아하는 '엄친아' 정남길의 애정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그들은 현실로 돌아와 '결혼'을 유지할 것이라는 결론 말이다.

결국 이 드라마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아무리 과거로 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간단명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혹 어떤 선택으로 무언가가 바뀐다면 그에 따른 희생이 수반한다는 등가교환의 원칙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다. 

<고백부부>의 설정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현재를 비관한 과거로 돌아간다는 타임슬립 물은 진부한 설정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워킹타이틀의 <어바웃 타임>, 일본 드라마 <Dr.Jin>,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그리고 몇 해전 화제를 모았던 <나인>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현재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작품들에서 결말은 두 가지 형식을 보인다. 

하나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비교적 만족스러운 현재에 도달하는 것. 혹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면 현재의 현실이 급격히 변화기에 그 무엇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 

<고백부부>는 후자의 결말을 따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로의 진심과 사랑을 확인한 채 현재로 나아가거나(GO), 아니면 현실로 다시 돌아오거나(BACK).

<고백부부>가 가진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더 세련됐다. 남녀 주인공, 혹 부부가 처한 각자의 사정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선택과 현실에 공감하게 만든다. 주변 인물들을 통해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과거는 후회스럽고 원망스럽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혹 무언가를 안 채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 

<고백부부>는 오늘을 살아라, 현재를 살아라는 카르페디엠의 또 다른 구조를 가진 서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한 이나 결혼을 꿈꾸는 이가 한 번쯤 본다면 좋을 법한 드라마다. 물론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그 무엇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어정쩡한 사랑과 연애, 결혼을 반복하고 있는 오늘의 나만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