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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모두에게 해피엔드

Lib'rary

by ZEIl 2020. 3. 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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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이 미아의 눈을 그윽이 보며 말한다.

이대로 영원히 사랑할 거야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느끼하고 사랑을 가득 담은 눈으로 누군가에 그런 말한 적 있었다. 분명히.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기 어리고 말도 안 되는, 낯부끄러운 이야기다. 근데 그때는 분명히 그랬다. 내가 누군가를, 누군가가 나를 영원히 사랑할 줄 알았다. 기한을 정해놓고 사랑을 하진 않으니까. 다들.

사랑할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그리고 그와 영원히 함께 행복하길 기도하고 바란다. 그 순간 현실이 끼어든다. 사랑하는 현실 사이에 꿈이라는 것이 끼어들면 굉장히 곤란해 진다.

그 누가 말했던가.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세바스찬과 미아는 서로 눈을 마주친다. 열렬히 사랑했지만 같은 곳을 둘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영원히 사랑한다고 두 눈을 마주한다. 그 순간 서로 이별을 직감한다.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는 세바스찬과 미아, 그들은 자신의 라라랜드로 가는 꿈을 그린다.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길 바랐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시작이었다. 다름 아닌 그들 각자의 행복과 꿈의 시작 말이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애당초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둘 다 꿈을 이뤘을까.

만약 세바스찬과 미아가, 정말 만약에, 그들이 그대로 함께 했으면 정말 행복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며 그런 의문에 휩싸였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해피엔드'로 끝난 영화다. 

모두에게 해피엔드. 그들만의 라라랜드를 찾았으니 말이다. 

세바스찬은 셉스를 만들었다. 꿈을 이룬 것이다. 미아도 꿈을 이뤘다. 자신을 꿈을. 그거면 된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꿈을 일깨우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의 그룹 이름도 메신저스라고. 모르긴 몰라도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그것을 암시한다. 세바스찬은 멈춰있는 미아에 경적을 울린다.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미아를 일깨우는 행위다. 미아가 좌절하고 세상에 부서질 때 경적을 울려주는 이가 세바스찬이다.

영화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만난 누군가에게도 내가 세바스찬 같은 존재였을까. 그들도 내게 미아 같은 존재였을까.  슬프게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그래서 좀 슬프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사실 마찬가지다. 결과론적으로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한 때 사랑했던 순간은 다 한순간의 아름다운 추억의 페이지가 되는 것이다.

한때 사랑했다. 그때 그 추억이 아름다웠다면 그걸로 된 거다. 누군가와 함께한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내게 있어서 그 어떤 영화보다 해피엔드다.

자, 라라랜드처럼 마무리해보자.

원, 투, 쓰리, 포.

이제 뒤돌아 보지 말고 걸어가자. 

각자의 삶으로, 각자의 꿈으로, 각자의 랜드로, 각자의 엔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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