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한 남자, 이화신
여기 삶에 느낌표만 던지는 남자가 있다. 그는 실패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실수를 해도 당당하기만 하다. 여자 앞에서 애교는커녕 주눅 들어본 일 따윈 없어 보이는 이 남자가 질투를 한다.
자신을 3년간 짝사랑한 여자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소개해주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추후 친구와 표나리의 애정행각을 보면서 가슴 한 편에 꿈틀 되는 낯선 감정을 이해 못해 힘겨워하는 화신.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은 질투란 감정을 통해 사랑을 배워 나간다. 질투하고, 시기하면서 자신의 결함을 깨닫는다. 그가 고경표에게 느낀 감정은 열등감이 아니다. 친구로서 한 번도 그를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 부러워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아보니 그가 부럽다. 어쩐지 배가 아프다. ‘계륵’이라고 생각했던 표나리는 ‘계륵’이 아닌 누군가에게도 주어선 안 됐던 닭날개였다. 영원히 내 것일 줄만 알았다. 자신이 원하면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그런 화신이 사랑에 상처받은 수컷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바로 지질해지는 것이다. 상처받은 수컷 화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변하려 노력한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구애한다. 손을 내밀어 사랑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려 한다.
이건 대체 무슨 심보야! 하면서 이화신을 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화신이 사랑스럽다. 그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애처롭기 때문이다. 소위 스스로를 마초라 단정한 남자는 감정 표현에 서툴다.
후에 자신의 감정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어 버린 후가 많다.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맹렬히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럼에도 마초였고, 마초여야 하는 강박에 미련 따위는 가슴 속에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해버린다.
그러나 이화신은 달랐다. 과감히 자신을 내던졌다.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가 유방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가슴이야'라고 말하던 화신과 유방의 배신. 그의 남성성은 유방과 함께 조금씩 거세된다. 그 대신 여성을 이해하는 순간은 점차 많아진다. 그 과정 속에서 화신의 세계는 무너지고 재편된다. 운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가 운다. 그 눈물이 진실되고 안쓰럽다. 넓은 가슴으로 그에게 다가가 토닥여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아파하고 있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내가 사랑한 여자, 표나리
여기 삶이 물음표 투성이인 여자가 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여전히 계약직이다. 가장 가까이서 일을 함께하는 아나운서의 삶이 빛나 보이는 만큼 계약직 기상 캐스터로서의 삶에 초라함을 느낀다. 날씨는 매일 바뀐다. 도무지 이 여자의 삶을 바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사랑한 남자가 이화신이다. 당당했다. 자신은 한없이 작아져만 가는데 그의 가슴과 어깨는 기대고 싶을 만큼 넓었으니까.
그러니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남자가 자신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원망보다는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을 탓한다. 표나리는 그런 여자다. 부딪히고 깨져도 모든 건 다 내 잘못이에요 하는 여자.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한 상황에서 밝게 웃는 표나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 자신이 사랑받음을 납득하지 못하는 여자. 그래서 불안해하는 여자.
그녀가 화신에게 어깨를 기대며 묻는다. 나 정말 잘 될까. 화신이 답한다.
"자기 인생에 물음표 던지지 마. 그냥 느낌표만 던져. 느낌표!"
그런 화신의 당당한 말에 나리는 조심스레 세상을 향해 느낌표를 던진다. 편견과 맞서고 두려움과 맞선다. 나리가 사랑스럽지 않다면, 이 세상 그 어떤 여자를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나리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누군가를 질투해 본 이는 안다. 이 질투라는 원초적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비참하게 하는지.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질투'란 감정을 마냥 나쁜 것 같이 말한다. 나는 질투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투란 긍정적이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질투를 통해 성장한다. 화신은 생애 처음 느끼는 질투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나리는 질투하는 화신을 통해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확인한다.
<의룡>- 우리는 무엇이든 물들게 되어 있다 (0) | 2020.03.17 |
---|---|
<미생>-현실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다 (0) | 2020.03.14 |
<라라랜드>-모두에게 해피엔드 (0) | 2020.03.14 |
<노숙자블루스> - 두 남자의 인생 최대 에피소드 (0) | 2020.03.13 |
<신데렐라맨>-그 남자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0) | 2020.03.13 |